종이모형을 하다보면 유럽쪽의 회사가 많아서인지 종종 이탈리아 전차를 찾아볼수 있다.
그런데 이탈리아 전차의 자료를 찾아보면 정말 구하기 힘들다.
그나마 좀 수월하게 볼 수 있는게 예전의 '취미가'에 나왓던 내용인데....
이게 요샌 구해보기가 힘들다.
어찌어찌하여 지인에게 이부분이 있는 책을 구해 복사해서 봤다.
아래내용은 취미가의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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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대전의 이탈리아 전차 - 개요
2차대전의 이탈리아군 전차를 설명하자면 자연스럽게 ‘역사이래 이탈리아가 제작한 모든 전차’가 망라될 수밖에 없다.
2차대전의 주요 참전국 중에서는 일본과 더불어 가장 기갑후진국이었던 이탈리아가 전차를 처음 만들어낸 것은 1923년 이었고, 이 고물전차들이 2차대전에도 그대로 사용되었을 뿐 아니라, 그 어느 참전국보다도 일찌감치 전열에서 탈락해버림에 따라 더 이상의 신형전차가 만들어지지도 않았기 대문이다.
모델러들에게 인기도 없고, 자료도 그만큼 구하기 어려운 이탈리아군 전차에 대하여 알아보자.
이탈리아는 일찌감치 산업혁명을 거친 영국이나 독일과는 달리 후발공업국으로서 산업기반이 비교적 취약한 편이었다.
1917년부터 시작된 1차세계대전에서 연합군의 일원으로 참전한 이탈리아군은 그 무렵 막 등장한 영국과 독일전차를 보고 큰 충격을 받았지만, 이들은 주로 험준한 알프스 산악지대에서 오스트리아군에 맞서 산악 보병전을 담당했기 때문에 전차의 필요성을 그다지 절감하지 못한채로 종전을 맞이했다.
이탈리아군에 실정 기갑부대가 창설된 것은 전쟁이 끝나고도 한참이 지난 1921년이다.
게다가 당시 대부분의 나라가 그러했던 것처럼 이탈리아군 역시 처음부터 전차를 철저하게 ‘보병의 돌격을 엄호하는 지원무기’로 생각 했으므로, 빠른 속도를 낼 수 있는 강력한 엔진이나 충분한 방호력 따위는 애당초 뒷전일 수 밖에 없었다.
1922년, 쿠테타를 일으켜 집권에 성공한 독재자 ‘뭇솔리니’에 의해 급속한 군국화(軍國化)가 진행되면서 근대화된 기계화부대의 양성이 이탈리아군 최대 당면과제로 떠올랐으나 원래 뿌리가 튼튼하지 못한 일이 어느날 갑자기 노력한다고 해서 좋은 결실을 거둘 수는 없는 일이었다.
게다가 뭇솔리니 그 자신 역시 일찍부터 기계화부대의 중요성을 정확히 예측했던 히틀러와 같은 높은 안목을 갖춘 인물이 못되었고, 이런 이탈리아군이 의외로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둔 것이라면 1927년부터 보병부대에 분산되어있던 전차를 따로 떼내어 순수하게 전차로만 구성된 기갑연대를 창설했다는 정도라고 할 수 있겠다.
1935년부터 이들 연대는 본격적인 기갑사단으로 확충됨으로써 어떻게 보면 전차부대의 운용전술면에서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서 상당히 앞서갔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이탈리아제 전차의 성능이 이런 현대적인 전술개념을 따라가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1923년부터 처음 생산이 개시된 이탈리아제 전차 ‘피아트 3000’은 프랑스가 1차대전 말기에 개발한 FT-17 경전차를 그대로 카피한 것으로, 결과적으로 진보된 것이 하나도 없는 구식전차를 남보다 5~6년이나 뒤늦게야 생산하기 시작한 셈이었던 것이다.
독일, 영국, 프랑스 등의 강대국들이 모두 1차대전에서 조금씩이나마 기갑전을 경험해봄으로써 전차라는 물건이 미래의 육상전투를 송두리째 뒤바꿔놓을 핵심병기로 부상하게 될 것이란 사실을 어렴풋이 눈뜨게 되었던 것과 달리, 그런 경험을 전혀 가져보지 못하다는 것이 이탈리아군의 불행이었다.
이 1차대전과 2차대전 사이의 기간에도 이탈리아는 북아프리카의 식민지에서 몇차례의 소규모 국지전을 경험하기는 했다.
하지만 이런 엉성한 전차를 가지고서도 말과 낙타를 타고 기껏해야 소총정도로 무장한 ‘에티오피아’와 ‘리비아’ 원주민들을 격파하는데는 아무런 분제가 없었고, 이런 경험은 그들에게 무사안일과 자만심을 더욱 깊이 심어주는 역효과를 가져다 주었을 뿐이다.
그 결과 이탈리아군의 기갑전력은 동시대의 그 어느 나라보다 낙후되었고, 이번에는 입장이 뒤바뀌어 추축군의 일원으로 참전한 1939년의 2차대전이 개시되자 마침내 그 대가를 톡톡히 치르게 된다. 즉, 박물관으로나 보내야 할 법한 1차대전의 유물을 그대로 답습한 ‘피아트 3000’같은 구식전차는 물론, 비교적 신형이라고하는 M13/40조차도 북아프리카 사막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도저히 영국제 ‘발렌타인’이나 ‘크루세이더’ 전차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 금새 밝혀졌던 것이다.
이탈리아군 ‘아리에테’ 전차사단이 독일 아프리카 군단에 배속되었을 때 롬멜로부터 “아군 전차의 숫자가 좀더 많아보이도록 적을 교란하는데는 다소 효과가 있겠다.”고 했을만큼 푸대접을 받았고, 시속 13km에 불과한 느린 속도로 인해 독일군의 주요 작전에서는 번번히 2선 예비대로 돌려지는 수모를 받기도 했다.
특히 장갑이 빈약하고 불이 잘 붙는 이탈리아제 전차의 고질적인 약점은 이들에게 ‘달리는 관(棺)’이라는 모욕적인 별명을 안겨 주었다.
그나마 1943년, 이탈리아가 추축동맹에서 가장 먼저 연합군에 항복하자 어제까지 ‘동지’이던 독일군은 갑자기 ‘점령군’으로 돌변했고, 독일군이 이탈리아군을 무장해제 시키고 이탈리아 전역을 점령해 버림에 따라 이 전차들은 고스란히 독일군 수중으로 넘어가는 운명이 되었던 것이다.
우수한 고성능 전차를 많이 보유하고 있던 독일군은 이탈리아제 전차들을 주로 후방 보병사단에 배치하여 빨치산(게릴라)를 토벌하거나 보병전투를 지원하는 이동식 포대로써 활용하는 등의 보조적 임무에 사용했고, 특히 이런 용도에는 그런대로 쓸만했던 M40 자주포 등은 독일군에 접수된 공장에서 상당량이 계속 추가생산 되기도 했다.
이처럼 어디로 보나 화력, 방어력, 기동력 어느면에서도 시대에 뒤떨어짐으로써 결코 우수했다고는 할 수 없는 전차가 바로 2차대전의 이탈리아 전차들인 것이다.
2차대전의 이탈리아 전차 - 이탈리아 전차의 이름
이탈리아 인들은 원래 예술적 감성과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들이다.
그들의 이런 특징은 무기의 이름을 짓는 데서도 잘 나타나 있어서, 공군의 전투기에도 사엣타(화살)라던가 폴고레(번개) 같은 멋진 이름들을 자주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의외로 이탈리아군의 전차들은 이름이 없다.
흔히 많은 모델러들이 ‘까를로 아르마토 : Carro Armato’나 ‘쎄모벤테 : Semovente’ 등을 이탈리아 전차의 이름으로 알고 있지만, 이것은 ‘전차’와 ‘자주포’라는 일반명사일 뿐이다.
이걸 직역해보면 Carro는 영어의 Vechile – 즉, ‘수레’나 ‘탈것’을 뜻하고 Armato는 Armored(‘무장을 갖춘’이라는 뜻)이므로 Armorde Vechile – 즉, ‘전투차량’ 혹은 ‘전차’를 뜻하는 보통명사일 뿐이고, Semovente는 자주포를 뜻하는 ‘세모벤테 카노네:Semovente Vannone’의 줄임말이다.
이탈리아군 전차중에 예외적으로 이름이 붙여진 것으로는 ‘사하리아노 : 사하라인 이라는 뜻’가 있지만, 영국군의 크루세이더를 본떠 개발중이던 이 사막전용 전차는 1943년에 사막전이 종결됨으로써 끝내 완성되지 못하고 계획 자체가 취소되고 말았다.
결국 이탈리아군의 전차와 자주포를 구분할 수 있는 명칭은 제식번호뿐인 셈인데, 여기에는 무척 단순하고 알기 쉬운 원칙이 적용되고 있기 때문에 그 내용을 알면 아주 이해하기 쉽다.
1922년에 완성된 이탈리아군 최초의 전차에는 흡사 스포츠카의 이름 같은 ‘피아트 3000’이라는 의미불명의 이름이 붙여졌지만(피아트는 물론 이걸 제작한 회사의 이름이다.), 2차대전의 개전 직전인 1930년대 후반에 장비의 명칭 통일안이 마련됨에 따라 L5라는 이름으로 개칭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모든 이탈리아군의 전차와 자주포는 일단 L, 혹은 M이라는 머릿글자로 시작된다.
이것은 ‘가볍다’는 뜻의 ‘리에배 : Lieve’와 ‘중간’이라는 ‘메디오 : Medio’의 머릿글자로, 영어의 Light와 Medium과 같은 의미다.
예외적으로 P로 시작되는 ‘P40 전차’가 있는데 이것은 ‘무겁다’는 뜻을 가진 ‘페소 : Peso’의 머릿글자이다.
참고적으로 이탈리아군의 중(重)전차라고 해야 그 중량이 26톤에 불과해서 다른나라의 기준으로 본다면 중(中)전차정도라고 볼수 있는데, 이것만 보더라도 이탈리아군의 전차는 대부분 크기가 작고 장갑이 빈약했다는 사실을 짐작 할 수 있고 대체로 10톤이하는 L(輕), 20톤 이하는 M(中), 그 이상은 P(重)으로 분류했던 것 같다.
이탈리아군 전차의 제식번호 부여법은 아주 간단하다.
우선 Carro Armato M13/40라는 이름을 살펴보자.
여기서 Carro Armato는 앞서 말한것처럼 전차란 뜻이고 M은 중형, 첫번재 숫자 13은 중량(톤수), 40은 제작(혹은 설계)연도를 나타낸다.
즉, 이것은 ‘1940년에 설계된 13톤짜리 중전차’라는 의미이다.
L3/35는 1935년에 설계된 3톤 경전차라는 뜻이고, L3/38은 1938년에 나온 그 개량형이다. (정확히 말하면 이 전차는 3.2톤이다. 대부분 소수점 이하는 무시해 버렸다.)
그에 반해 자주포의 명칭부여법은 좀 다르다.
아무리 전차의 차체위에 얹혀졌다고해도 자주포는 어디까지나 ‘대포’이므로 전체중량보다는 포의 크기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여기서는 중량대신 포의 크기를 표시한다.
즉, ‘Semovente M40 75/18’은 ‘18구경 75mm포를 탑재한 1940년향 중형 자주포’란 의미다. 마찬가지로 ‘Semovente L40 47/32’는 ‘32구경 47mm포를 탑재한 1940년향 경 자주포’란 의미가 되는데, 여기서 한가지 혼동하기 쉬운 것이 바로 이 ‘구경’이라는 의미다.
소총이나 권총 같은 소화기에서 구경(Caliber)이란 바로 총구의 지름을 나타낸다. – 즉 구경 9mm, 5.56mm, ‘45구경 (0.45인치라는 뜻)’ 등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대포에서 구경은 의미가 좀 달라서, 이것은 포신길이가 포구직경의 몇배인가를 나타내는 숫자다.
즉, ‘32구경 48mm포’라고 하면 포신의 길이가 48mm의 32배, 즉 48 x 32 = 1536mm라는 것을 나타낸다.
이 구경이 왜 중요하냐 하면 대포의 위력은 포탄의 크기 (즉, 포구직경)만이 아니라 얼마나 긴 포신에서 발사되었는가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독일군의 3호전차 M형에 장비된 장포신의 5cm포가 비슷한 N형에 장비된 단포신 7.5cm포와 비슷한 위력을 발휘했던 것을 보아도 알수 있다. 포탄 지름은 2.5cm나 작은데도 말이다.)
우리가 알고있는 가장 유명한 이탈리아군의 자주포는 M40 78/18이지만 이 밖에도 M41 75/18, M42 75/18 등이 있는데, 이것은 1941년과 1942년에 각각 개량된 모델이지만 탑재주포에는 변함이 없다는 뜻이 될 것이다.